'알밤'이 떨어질 때면 병원에 환자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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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실토실한 알밤 줍느라 아픈 줄도 몰라요. ㅎㅎㅎㅋ~~"
툭!
투두둑~~!
병원 샌책을 하다보면 산책로 옆에 있는 밤나무에서 알밤이 떨어진다.
얼른 툭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면 어김없이 토실토실한 알밤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이게 뭐라고 바로 눈 앞에서 떨어져 있는 예쁜 알밤을 주울 때면
마치 행운이 내게 올 것만 같고 횡재한 기분으로 하루 종일 행복하다.
박**환우는 몇 몇 환우와 함께 동이 트자마자 장화를 신고
두꺼운 장갑과 가방을 챙겨 병원 곳곳에 있는 밤나무로 향한다.
평소에는 허리도 아프고 기운이 없어 느릿느릿한 걸음이지만 어디서 기운이 나오는지
병원 부지의 야산을 돌아다니며 밥을 줍는다.
"밤을 주울 때면 아픈 줄도 모르고 시간 가는 줄도 몰라요."
정신없이 가방 가득 알밤을 줍고 나면 어느덧 아침 식사 시간이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곧 소진될 알밤을 챙기느라,
식사 후 잠시 쉬고는 또 장화를 신고 어느새 밤나무를 찾는다.
난 밥을 천천히 먹는다.
거의 매 식사 마다 마지막에는 나 혼자 남는다.
음식을 먹을 때 천천히 먹는 것은 나의 오래된 습관이다.
어느 날 혼자 식사를 다 마칠 때 즈음 김**환우가 식사를 드셨다.
"식사가 왜 이리 늦으셨어요?"
"밤을 줍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요. 내가 환자인 것도 잊었다니까요 "
귓속 말로 소근 거리 듯 얘기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함께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다.
지금 케어랜드요양병원은 먹을꺼리가 풍성하다.
알밤이며, 감, 석류 등 조금만 부지런하면 친환경적인 간식거리를 준비할 수 있다.
고운 석류 알이 툭 터진 사이로 고개를 내민다.
붉은 감은 홍시가 되어 떨어지기도 하고 손이 닿는 곳은 직접 따먹기도 한다.
말 그대로 단감은 꿀맛이다.
어디 이 뿐이랴!
2만2천평 부지의 원내 산책로와 주변을 걷다 보면,
발 닿는 곳마다 그리고 눈이 닿는 곳마다 작은 풍경들이 아름답다.
가만히 그리고 찬찬히 자세히 보면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소담스러운 풍경과 자태를 볼 수 있어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